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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코인'은 다 설거지일까 — 의료 데이터를 매일 만지는 의사의 정직한 이야기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제가 바이오·기업 이야기를 몇 편 쓰다 보니, 이런 질문까지 받았어요. "원장님, '의료 코인'이라는 게 있던데 — 그거 결국 다 '설거지' 아니에요?" 마침 저는 진료실에서 의료 데이터(진료기록·처방·검사)를 매일 만지는 사람이라, 이 주제가 남 일 같지 않더라고요. 오늘은 통증 의사이자 한때 물려도 본 개미로서, 이 이야기를 최대한 정직하게 풀어볼게요. 결론부터 — "전부 설거지"는 과한 일반화지만, "상당수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건 사실입니다.

미리 분명히 해둘게요. 저는 투자·블록체인 전문가가 아니고, 이 글은 특정 코인을 사라·팔라거나 비방하려는 게 아닙니다. 코인은 특히 변동성이 크고 위험한 자산이라, 오늘은 "이 분야를 볼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를 함께 짚는 자리예요.

PART 1

의료 코인은 뭘 하려던 걸까

먼저 아이디어 자체는 꽤 매력적이었어요. 의료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대체로 이런 걸 꿈꿨습니다 — 의료 데이터·전자의무기록(EHR)·의료 결제·임상시험·의약품 유통을 블록체인으로 더 안전하고 투명하게 만들자는 것.

특히 "내 의료기록을 병원이 아니라 '내가' 소유하고, 필요할 때 병원과 공유한다"는 발상은 정말 솔깃했어요. 한국의 메디블록 같은 프로젝트가 이런 '환자 데이터 주권'을 내세운 대표 사례고, 해외에도 의료 예약·보험청구·결제를 노린 프로젝트들이 있었습니다. 의사인 저도 "이게 되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PART 2

그런데 왜 대부분 힘들었나 — 의사가 아는 현실

여기서 제가 현장에서 아는 걸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의료에 블록체인을 얹는 건 생각보다 훨씬, 훨씬 어렵습니다. 세 가지 벽이 있었어요.

1. 의료는 규제·개인정보의 요새예요. 의료 데이터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라, 병원 시스템 연동·법·보안 장벽이 어마어마합니다. 백서(계획)는 화려한데 실제 병원 도입은 한참 늦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어요.

2 "왜 꼭 블록체인·토큰이어야 하나?" — 사실 많은 의료 플랫폼은 토큰(코인) 없이도 잘 돌아갑니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적지 않았어요. 기술을 위한 기술이 되기 쉬웠던 거죠.

3. 2017~2021년 ICO 열풍의 그늘. 그 시기 의료를 포함한 온갖 분야에서 코인 발행(ICO)이 쏟아졌고, 일부는 개발이 지연·중단됐어요. 가격만 급등했다가 크게 무너진 사례가 많았습니다.

PART 3

그래서, '설거지'가 맞나?

먼저 용어부터. '설거지'는 초기 투자자나 프로젝트 관계자가 값을 잔뜩 띄운 뒤, 일반 투자자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빠지는 것(펌프 앤 덤프)을 뜻하는 말이에요. 제가 지난 '설거지꾼은 누구인가' 글에서 다룬 바로 그 구조입니다.

정직하게 — 전부 설거지는 아니지만

"의료 코인은 다 설거지다"라고 단정하는 건 과한 일반화입니다. 메디블록처럼 실제 병원·헬스케어 서비스와 협업을 꾸준히 추진해 온 프로젝트도 있어요. 다만 상당수 프로젝트가 백서의 약속에 비해 실제 성과가 부족했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본 것도 사실입니다. 즉 '전부 사기'도, '전부 진짜'도 아니에요. 옥과 돌이 섞여 있는데, 겉만 봐선 구분이 안 되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계속 드린 교훈이 또 나와요. "실제 사업 성과와 토큰 가격은 별개"라는 겁니다. '알테오젠' 글에서 "좋은 기술 ≠ 좋은 주가", '바이오주' 글에서 "좋은 과학 ≠ 좋은 타이밍"이라 했죠. 코인은 이게 훨씬 극단적이에요. 사업이 지지부진해도 시장 심리로 가격이 급등하기도 하고, 그 반대도 됩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옥과 돌이 섞여 있습니다.

문제는, 겉만 봐선 구분이 안 된다는 것."

PART 4

그래서 반드시 확인할 것

혹시 이 분야를 들여다보신다면(권유가 아니라, 본다면), 저 같은 초보라도 최소한 이건 따져봐야 한다고 배웠어요. 하나라도 흐릿하면 위험 신호입니다.

의료 코인 사전 점검 체크리스트

진짜 계약이 있나? — 실제 병원·보험사 등과의 구체적 계약·도입이 있는지(막연한 'MOU'·계획 말고).

토큰이 꼭 필요한 구조인가? — 그 서비스에 코인이 없으면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한지. 없어도 되면 위험.

개발이 지속되나? — 로드맵이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굴러가고 있는지.

분배·락업이 투명한가? — 초기 물량·관계자 지분·락업(매도 제한)이 공개·투명한지(설거지의 핵심 단서).

거래량·유동성이 충분한가? — 사고팔 사람이 없는 코인은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PART 5흐름은 '블록체인'에서 'AI'로

마지막으로 큰 그림 하나. 최근 시장의 관심은 의료 '블록체인'에서 의료 'AI'로 옮겨가는 분위기예요. 왜냐면 실제로 매출을 만드는 의료 AI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투자자들도 '토큰'보다 돈을 버는 AI 소프트웨어·데이터 사업에 더 눈을 돌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루닛'·'알테오젠'·'비트컴퓨터' 글에서 봤듯, 진짜 힘은 결국 실제 임상 현장에서 쓰이고 값을 받는 기술에서 나와요. 물론 요즘은 의료 데이터 보안이나 AI 진단 결과의 검증에 블록체인을 '도구로' 접목하려는 연구도 활발합니다. 즉 블록체인이 '주인공 코인'이 아니라 '조용한 뒷단 기술'로 쓰이는 방향으로 성숙해 가는 거죠. 저는 이쪽이 훨씬 건강한 흐름이라고 봅니다.

의사로서 한마디 보태면요. '내 의료 데이터를 내가 소유한다'는 이상 자체는 정말 소중합니다. 저도 환자분의 데이터가 더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되길 바라요. 다만 그 이상이 '코인 가격'과 뒤섞이는 순간 이야기가 이상해집니다. 좋은 기술은 "이게 왜 필요한가"에 먼저 답해야 하고, 그 답이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가 되면 위험한 거예요. 기술이든 몸이든, 저는 늘 '화려함'보다 '왜, 그리고 진짜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3줄 요약

의료 코인은 의료데이터·EHR·결제·임상·의약품 유통을 블록체인으로 바꾸려 했고, '내 의료기록을 내가 소유'(예: 메디블록) 같은 아이디어는 매력적이었어요. 하지만 규제·개인정보 장벽, 불분명한 토큰 필요성, ICO 거품으로 대부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다 설거지"는 과한 일반화(진짜 협업을 이어온 곳도 있음)지만, 상당수가 백서 대비 성과 부족으로 투자자 손실을 낸 것도 사실. 무엇보다 사업 성과 ≠ 토큰 가격이라 더 위험합니다.

본다면 반드시 확인 — 실제 계약·토큰의 필연성·개발 지속·분배/락업 투명성·유동성. 그리고 흐름은 의료 '블록체인'에서 매출 내는 의료 'AI'로 이동 중(블록체인은 뒷단 도구로 성숙).

정리하자면, 의료 코인을 통째로 '설거지'라 부르는 건 지나치지만, 상당수가 화려한 약속에 비해 실제 성과가 부족했고 그 사이 많은 개미가 손실을 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의료라는 분야가 원래 규제와 개인정보의 요새라 도입이 어렵고, 무엇보다 '왜 굳이 코인이어야 하는가'에 답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많았어요. 그러니 이 분야를 볼 때는 화려한 백서가 아니라 실제 계약·토큰의 필연성·투명한 분배·유동성 같은 차가운 숫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내 데이터를 내가 소유한다'는 이상은 응원하되, 그것이 코인 가격과 뒤섞일 때를 경계해요. 좋은 기술은 늘 '왜 필요한가'에 먼저 답해야 하니까요. 설레되 숫자는 차갑게 — 이 원칙은 코인 앞에서 특히 더 필요합니다.

혹시 이런 코인에 물려 마음 졸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 마음 압니다. 너무 자책 마시고, 앞으로는 '기대'가 아니라 '근거와 구조'를 붙잡으시길 바라요. 저는 오늘도 제가 가장 잘하는 일 —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니라 한 개미이자 의사의 생각 나눔입니다. 진료차 오셨다가 건강·의료·기술 뉴스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나눠 주세요.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습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본 글은 원장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교육 칼럼이며, 특정 가상자산(코인)·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권유·추천이나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매우 크고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 고위험 자산입니다. 언급된 프로젝트·사례는 공개된 자료를 참고한 개괄적 설명으로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질병의 진단·치료는 해당 전문의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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