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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파스 회사 주식은요?" — 안티푸라민을 알아도, 그 주식은 또 다른 이야기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지난 '안티푸라민의 역사' 글을 올렸더니, 아주 저다운(?) 질문이 왔어요. "원장님, 그렇게 오래되고 유명한 파스면 — 그 파스 만드는 회사 주식은 좋은 거 아니에요?" 제가 통증도 보고, 그동안 바이오 투자 이야기도 몇 편 써서 그런지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오늘은 통증 의사이자 한때 크게 물려도 봤던 평범한 개미로서, 이 질문을 함께 따져볼게요.

먼저 늘 드리는 말씀. 저는 투자 전문가가 아니고, 이 글은 특정 종목을 사라·팔라는 조언이 절대 아닙니다. 회사 이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로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매수·매도나 가격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그냥 "생활 속에서 아는 제품과 그 주식은 어떻게 다른가"를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입니다.

PART 1

파스 산업은 '대박 성장주'가 아닙니다

먼저 파스라는 시장의 성격부터 봐야 해요. 결론부터 말하면, 파스·바르는 소염진통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는 성장 산업이라기보다, 꾸준히 팔리며 안정적으로 현금을 만드는 '생활필수품형(OTC)' 시장에 가깝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해요. 파스는 값이 싸고, 늘 일정하게 팔리고, 갑자기 수요가 10배로 뛰지 않죠. 대신 망하지도,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걸 이렇게 비유해요.

"파스 산업은 '불꽃놀이'가 아니라

'은근한 화로'입니다 — 터지진 않지만, 잘 안 꺼져요."

그래서 파스 회사는 대체로 바이오 신약 기업 같은 높은 기대(밸류에이션)를 받지는 못합니다. 신약주가 "성공하면 대박"이라는 꿈으로 크게 뛰는 반면, 파스 회사는 "안정적이지만 폭발은 없는" 성격이거든요. 안정성과 성장성은 대개 맞바꾸는 관계라는 걸, 이 산업이 잘 보여줍니다.

PART 2

같은 '파스'라도 두 얼굴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함정이 하나 있어요. "파스 회사"라고 다 같은 파스 회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요.

① 파스가 '본체'인 회사

대표적으로 신신제약(신신파스·아렉스·에어파스·물파스 등). 매출에서 외용 진통제 비중이 커서, 한국 증시에서 '파스 순수 플레이'에 가장 가까운 편입니다. 전국 약국 유통망이 강점이고요.

② 파스는 '상징'일 뿐인 회사

안티푸라민의 주인 유한양행이 그래요. 브랜드 상징성은 엄청나지만, 회사의 진짜 실적을 움직이는 건 파스가 아니라 신약(예: 렉라자)·전문의약품·기술수출입니다. 안티푸라민 매출 비중은 생각보다 제한적이에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안티푸라민이 잘 팔리니 유한양행 주식이 오르겠지"라고 생각하면 완전히 헛다리를 짚을 수 있어요. 유한양행 주가는 안티푸라민이 아니라 신약 임상·기술수출 소식에 훨씬 크게 움직이거든요. 즉 내가 '무엇을 보고 샀는지'와 '실제로 주가를 움직이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같은 파스 회사 주식이라도, 그 안을 열어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지난 '비마약성 진통제' 글에서도 비슷한 걸 봤죠. '텔콘'이라는 회사의 진통제 이야기가 사실은 '비보존'이라는 다른 회사와 얽혀 있었던 것처럼요. 겉 이름과 실제 알맹이가 다른 경우는 주식에서 정말 흔합니다. 그래서 저 같은 초보일수록 "유명하니까", "내가 써봤으니까"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더라고요.

PART 3

그래도 이 산업엔 '느린 순풍'은 붑니다

그럼 파스 산업은 매력이 없냐? 그건 또 아니에요. 폭발적이진 않아도, 등을 은근히 밀어주는 바람은 분명히 붑니다.

1. 고령화 — 나이 들수록 근골격계 통증(허리·무릎·어깨)이 늘어납니다. 파스의 든든한 기본 수요예요. 통증 의사로서 이 흐름은 확실히 느낍니다.

2. 스포츠·운동 인구 증가 — 운동하는 사람이 늘면 근육통·타박상도 늘죠. 젊은 층의 파스 수요를 넓힙니다.

3. 온라인·비대면 판매 확대 — 약국 밖 유통 채널이 넓어지는 흐름.

4. 기술 발전(경피약물전달, TDDS) — 피부로 약을 더 잘 스며들게 하는 기술. 단순 파스를 넘어 '붙이는 약'의 고부가가치화 가능성.

다만 냉정하게, 이 순풍들도 시장을 '몇 배'로 키우는 태풍은 아닙니다. 그래서 파스주는 대체로 "안정적으로 꾸준한" 쪽이지, "인생을 바꾸는 대박" 쪽은 아니에요. 이 성격을 알고 사느냐 모르고 사느냐가, 나중에 실망하느냐 마느냐를 가릅니다.

PART 4

통증 의사가 얻은 교훈 — '아는 것'의 명암

유명한 투자 격언 중에 "당신이 아는 것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어요. 생활 속에서 좋은 제품을 발견하면 좋은 투자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반은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물려보며 배운 건, 그 격언엔 아주 중요한 뒷부분이 숨어 있다는 거예요.

"아는 것에 투자하라"의 진짜 뜻

이 말은 "써봤으니까 사라"가 아닙니다. "좋은 제품을 발견했다면, 그걸 출발점 삼아 그 회사를 제대로 공부해보라"는 뜻이에요. 제품을 아는 것과 그 회사(무엇으로 돈을 버는지·빚은 없는지·값은 안 비싼지·실제 실적을 움직이는 게 뭔지)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안티푸라민을 60년 써봤다고 유한양행을 아는 게 아닌 것처럼요.

그래서 앞선 글들의 교훈이 여기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바이오주에 물렸을 때' 글에서 "좋은 과학 ≠ 좋은 매수 타이밍"이라고 했죠. 파스 편으로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 — "좋은 제품, 유명한 브랜드 ≠ 좋은 주식." 제품이 훌륭한 것과, 그 주식이 지금 나에게 좋은 투자인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예요.

덧붙여, 저는 이런 '안정적인 생활필수품 주식'이 나쁘다는 게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화려한 신약주에 크게 물려본 저 같은 사람에겐, 은근히 꾸준한 회사가 마음 편할 때가 많습니다. 핵심은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내가 그 주식의 성격(안정형이냐 성장형이냐)을 정확히 알고, 내 목적에 맞게 고르느냐예요. 잔잔한 배를 사놓고 태풍 같은 수익을 기대하면, 실망하는 건 나 자신이니까요.

3줄 요약

파스 산업은 폭발 성장주가 아니라 안정적 현금창출형(OTC) 시장('불꽃놀이'가 아니라 '은근한 화로'). 그래서 신약주 같은 높은 기대는 잘 못 받습니다.

같은 '파스 회사'도 두 얼굴 — 신신제약은 파스가 본체('순수 플레이')이고, 유한양행은 안티푸라민이 상징일 뿐 실적을 움직이는 건 신약(렉라자 등)입니다. "제품이 유명하니 주가도"는 헛다리일 수 있어요.

고령화·스포츠·TDDS 같은 느린 순풍은 있지만 태풍은 아닙니다. 교훈은 "아는 제품 ≠ 아는 회사", 그리고 "좋은 브랜드 ≠ 좋은 주식". 제품을 출발점 삼아 회사를 공부하세요.

정리하자면, 안티푸라민처럼 오래되고 유명한 파스라도 그 회사의 주식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파스 산업 자체가 폭발보다는 안정에 가깝고, 같은 파스 회사라도 파스가 본체인 곳과 상징일 뿐인 곳이 섞여 있어요. 그러니 "유명하니까", "내가 써봤으니까"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제품을 출발점 삼아 회사가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까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제가 크게 물려보며 배운 건 늘 같아요 — 좋은 제품과 좋은 주식은 다르고,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도 다르다는 것. 설레되 공부는 냉정하게,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지금 어딘가에 물려 마음 쓰이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 마음 압니다. 너무 자책 마세요. 그리고 주식이든 몸이든, '유명한 것'보다 '내게 맞는 것', '지금 확실한 것'을 챙기시길 바라요.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니라 한 개미의 생각 나눔입니다. 진료차 오셨다가 건강·의료 뉴스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나눠 주세요. 파스로 달래던 통증이 오래가거나 반복된다면, 원인을 함께 찾아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습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본 글은 원장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교육 칼럼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추천이나 매매 조언이 아닙니다. 언급된 기업·제품·산업 특성은 공개된 정보를 참고한 개괄적 예시로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본문은 구체적 주가·목표가·매매 시점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질병의 진단·치료는 해당 전문의의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