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독 없는 진통제'는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 오피란제린과 먹는 후속약 이야기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지난 '비마약성 진통제의 시대' 글에서 국산 신약 이야기를 슬쩍 꺼냈더니, 한 분이 물으셨어요. "원장님, 그 국산 비마약성 진통제(오피란제린)는 지금 어떻게 됐어요? 정말 나오는 거예요?" 좋은 질문이라, 오늘은 이 국산 후보 하나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미리 분명히 해둘게요. 이 글은 특정 종목을 사라·팔라는 투자 이야기가 아니고, 특정 약을 권하는 광고도 아닙니다. 저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 오늘은 '통증 의사'로서 왜 이런 약이 반가운지, 그리고 어디까지 왔고 무엇이 아직 남았는지를 정직하게 나누는 자리입니다.
PART 1
왜 '국산' 비마약성 진통제가 반가울까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 통증 치료엔 오래된 딜레마가 있어요.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는 세게 잘 듣지만 중독·호흡억제라는 그늘이 있고, 우리가 흔히 먹는 소염진통제는 안전하지만 강한 통증엔 힘이 부족하죠. 세면 중독되고, 안전하면 약한 — 그 사이를 메울 "세면서도 중독되지 않는 약"이 통증 의학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 경주에 우리나라도 뛰어들어 있고, 대표 주자가 비보존제약의 오피란제린이에요. 남의 나라 기술을 사 오는 게 아니라 우리 손으로 만든 후보라는 점에서, 통증 의사로서 저는 이 소식이 참 반갑습니다.
PART 2
오피란제린은 어떤 약인가
오피란제린이 관심을 받는 건 작동 방식이 새롭기 때문이에요. 회사 설명에 따르면 5-HT2A와 GlyT2라는 두 표적을 동시에 조절하는 방식으로, 기존 약들과는 다른 계열(이른바 first-in-class 가능성)로 이야기됩니다. 뇌를 무디게 만들어 통증을 덮는 게 아니라, 통증 신호가 전달되는 길목 자체를 다르게 건드린다는 개념이죠.
개발의 주 무대는 '수술 후 급성 통증'이에요. 알려진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래는 언론·회사 발표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1. 국내 임상 3상 — 복강경 대장절제술 환자 285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발표됐습니다.
2. 허가·상업화 단계 — 수술 후 통증을 겨냥한 국산 신약으로 허가와 약가, 상업화라는 관문을 밟아 왔습니다. 시장에선 이 일정과 결과가 핵심 이벤트로 꼽힙니다.
3. 미국·글로벌 — 코로나 등으로 지연됐던 미국 임상도 재개되어, 글로벌 허가를 목표로 개발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PART 3
다음 장 — 먹는 후속약(VVZ-2471)
최근에는 주사가 아니라 먹는(경구용) 후속 물질 'VVZ-2471'의 임상 2상 결과도 나왔어요. 회사 발표에 따르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에서 고용량군이 위약 대비 통증 감소 경향을 보였고 반응 환자 비율도 더 높았다고 합니다. 만약 먹는 비마약성 진통제가 무르익는다면, 병원 밖에서 오래 통증을 다스려야 하는 환자들에게 특히 의미가 클 수 있어요.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좋은 뉴스만 골라 부풀리고 싶지 않아요. VVZ-2471은 아직 확증이 더 필요한 임상 단계이고, 오피란제린도 지금 열린 문은 주로 '수술 후 급성 통증'입니다. 암성 통증이나 오래된 만성 통증 치료제로 허가된 약이 아니에요. 물론 저희 병원에서 처방·시술하는 약도 아니고요. "이 약 하나면 모든 통증 끝"이라는 기대는, 아직은 앞서가는 마음입니다.
"좋은 후보가 등장한 것과,
그 약이 내 통증에 오늘 쓰이는 것은 다릅니다."
PART 4
통증 의사의 시선
그럼에도 저는 이런 진보가 반갑습니다. 진료실에서 강한 진통제가 필요한데 중독이 걱정돼 주저했던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중독 걱정 없이 통증을 세게 잡을 수 있다면 그건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큰 축복이니까요. 다만 통증 의사로서 냉정하게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우리가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오래된 허리·목·관절의 만성 통증은 약 하나로 끝나지 않는, 여전히 복잡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새 약을 기다리며 지금의 통증을 참지는 마세요. 지금 힘드시다면, 오늘 검증된 방법으로 원인을 찾아 정확히 치료받는 것이 먼저입니다.
3줄 요약
오피란제린은 5-HT2A·GlyT2를 함께 조절하는 새로운 방식의 국산 비마약성 진통제로, 수술 후 통증을 겨냥해 국내 3상 1차 평가변수 충족 뒤 허가·상업화·글로벌 관문을 밟아 왔습니다.
먹는 후속약 VVZ-2471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 2상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확증이 더 필요한 단계이며, 오피란제린은 암성·만성 통증 치료제로 허가된 약이 아닙니다.
반가운 진보이나 만능은 아니고 만성 통증은 여전히 숙제 — 새 약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검증된 치료가 먼저입니다.
정리하자면, "중독 없는 진통제"라는 오랜 꿈에 우리나라도 오피란제린과 그 먹는 후속약으로 도전하고 있고, 수술 후 통증을 중심으로 실제 진전이 있었습니다. 정말 반가운 일이에요. 다만 아직은 급성 통증 위주이고 확증이 더 필요한 단계라, 암성 통증이나 만성 통증에 곧바로 쓰는 약은 아닙니다. 설레되 기대에 휩쓸리진 마시고, 무엇보다 지금 통증으로 힘드시다면 새 약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정확한 치료부터 챙기시길 바랍니다.
과학이 통증의 문을 하나씩 열어가는 걸 보면 통증 의사로서 참 설렙니다. 언젠가 이 약들이 무르익어 제 진료실에서도 더 좋은 선택지가 되기를 기대하며, 저는 오늘도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허리·목·무릎 등 통증과 재활이 필요하시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지금 검증된 방법으로 정확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습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AI 활용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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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원장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건강 교양 칼럼이며, 특정 종목·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추천이나 특정 약의 사용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언급된 약물·임상·기업 정보는 공개된 언론 보도와 회사 발표를 참고한 것으로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피란제린·VVZ-2471은 개발·허가 단계와 적응증(예: 수술 후 급성 통증)에 따라 사용이 제한되며 암성·만성 통증 치료제로 허가된 약이 아니고, 본원에서 처방·시술하는 약도 아닙니다. 통증의 진단·치료와 약물 선택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